[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아인슈타인
우리는 지금도 시간은 일정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120년 전 아인슈타인은 시간은 속도와 중력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이라고 생각했다. 인류 최초로 시간과 공간을 의심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독일인이었지만 유대 혈통이어서 차별을 받았다. 그때는 세계대전 중이어서 연합국은 적국인 독일인 과학자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정작 독일에서는 유대인이란 이유로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대학 교단에 서고 싶었지만 거절당하자 아인슈타인은 스위스로 가서 그곳 국적을 취득하고 직장을 얻어서 베른에 있는 특허국에서 일을 시작했다. 철밥통인 공무원은 어디나 똑같은지 특허국 일도 점심 먹고 나면 별로 할 일이 없어서 남은 시간에 자기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 당시는 증기기관차가 유럽 전역을 누비고 다녔다. 그래서인지 배차 시간 등 기차 시간을 위한 특허 의뢰가 많았다. 빠른 기차를 이용하면서 여행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자 표준시 개념이 없던 대륙에 문제가 생겼다. 뮌헨이 오후 두 시면 당연히 취리히도 같은 시각인 줄 알고 살았는데 취리히를 오후 두 시에 떠난 기차가 뮌헨에 도착해도 여전히 오후 두 시였다. 바야흐로 시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은 브라운 운동과 광전효과를 증명하고, E=mc²(에너지-질량 등가의 법칙)을 정립했으며, 두 번에 걸친 상대성이론을 발표했고, 그가 1915년에 예견한 중력파는 정확히 백 년 후인 2015년에 입증되었다. 그가 죽기 몇 해 전 이스라엘 정부에서는 그를 이스라엘의 대통령으로 모실 것을 의뢰했지만 아인슈타인은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대학 시절 같은 과 여학생과 사랑에 빠져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여 애까지 낳았는데, 아인슈타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기자 속이 상한 부인은 만약 남편이 노벨상을 탄다면 상금을 그녀가 받는다는 조건으로 이혼에 합의해 주었다. 2년 후 노벨상을 받았고 약속대로 상금은 이혼한 전 부인이 받았다. 그의 새 연인은 다름 아닌 세 살 연상의 아인슈타인의 사촌 누나였다. 그녀의 딸이 열아홉 살이 되던 해 5촌 외당숙인 아인슈타인의 비서로 일하게 되었다. 그런데 큰 문제가 생겼다. 당시 불혹의 나이였던 아인슈타인이 엄마와 딸을 모두 좋아한 것이다. 하지만 영악한 딸은 나이 든 아인슈타인과 원조교제를 하면서도 동시에 젊은 의사와 사귀고 있었다. 양다리를 걸친 그녀는 남자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고백하고 조언을 구하기까지 했다. 결국, 딸이 불쌍한 홀어머니에게 아인슈타인을 양보(?)하여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아무리 막장 드라마라도 이 정도면 방송 불가다. 비록 아인슈타인이 과학 분야에 있어서 우리 인류에게 끼친 업적은 상당하지만, 개인적인 가정생활에서는 불행한 인생이었다. 역시 인간은 완전하지 못하다. 그는 유대인이었지만 유대교도는 아니었고, 기독교 계통의 학교에 다녔지만 그렇다고 기독교도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여러 종교 중 불교를 가장 높게 평가했다. 진짜 허공을 본 사람은 석가모니밖에 없다고도 했다. 그동안 종교는 자연계의 모든 것을 절대자가 만들었다고 했지만, 현대의 과학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종교는 당연히 불교라고 했다. 우리의 생각은 마치 양자 중첩처럼 마음 속에 중첩 상태로 있다가 어느 순간 행동으로 나타나며, 진공은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관찰자가 아무 것도 보지 못했을 뿐이라고 했다. 파동인지 입자인지 헷갈리는 빛의 정체도 상보성으로 설명할 수 있고 아인슈타인은 그것이 불가의 중도 사상이란 것을 깨달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아인슈타인 기차 시간 배차 시간 적국인 독일인